아내.누나 사이 샌드위치 남편, 누구랑 더 오래 살죠? 경향신문 2016년 4월 1일 금요일 21
한의사 강용혁의 멘털 동의보감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인거죠." 애플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자주 했던 말이다. 소음인들에게 유독 흔한 심리지만 체질 불문하고 누구나 이런 경향은 존재한다. 사상의학에선 내 편은 비록 실수하고 틀려도 감싸주고, 내 편이 아니면 옳아도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당여(黨與)' 심리라고 말한다.
부부 갈등의 원인과 해법 역시 마찬가지다. 남편이 '남의 편' 같으면 불화는 심해지고, '내 편' 같으면 어떤 어려움도 견뎌낸다. 만성소화불량과 어지럼증이 낫지 않아 병원투어 중인 30대 여성 ㄱ씨. 시댁에 한 번 다녀오면 그 후유증이 한 달은 지속된다. 내향적인 ㄱ씨는 툭툭 던지는 시누이들의 말투에 상처를 받는다.
반면 남편은 본가만 가면 너무 즐겁다. 아내는 외톨이지만, 온 가족이 어울려 웃고 즐기는 게 너무 좋다. 남편은 가려고, 아내는 안 가려고 기를 쓴다. 아내는 자신의 병이 시댁식구들과 배려 없는 남편 때문이라 여긴다. 당연히 바가지가 늘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에게 "성격부터 고치라"고 반박한다. 집에 들어오면 답답하니 밖에서 술을 과하게 마시게 되고, 아내는 또 잔소리하는 악순환만 반복됐다. 남편은 괜히 자신만 들들 볶인다는 생각에 이혼까지 고려 중이다.
아내와 본가 식구들이 불화하면, 샌드위치 신세의 남편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이때 많은 남편들은'옳고 그름'부터 따지려 든다. 그래서 틀린 쪽만 바로잡으면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ㄱ씨 남편도 아내 성격과 시댁 부적응 문제만 따지고 들었다. 또 어설프게 중립적으로 처신해오다 누나들과 아내 양쪽에서 비난만 받으며 지쳐버렸다. 남편도 눈치보고 애를 썼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낟.
해법은 의외로 간명하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나는 끝까지 무조건 당신편'이란 확신부터 아내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남편은 "아니, 아내 잘못이 분명한데도 꼭 그래야하나"라고 반문한다. 그렇다. 특히 시댁에서라면 아내의 체면을 깎아선 안 된다. 그래야 아내는 '이 남자가 내 편이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시시비비는 집에 돌아온 뒤 가려도 된다. 이미'남편은 시댁 식구들 앞에서도 내편만 들던 사람'이란 신뢰가 형성된 다음이다. 듬직한 내 편인 사람의 충고는 조금 아파도 받아들인다. 하지만 내 편도 아닌 사람의 충고는 적대시하게 된다. 당연히 내 잘못임을 알고도 고치기 싫다.
특히 젊은 남편들은 장가 '갔다'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나와 익숙한 본가 식구들과 그동안의 가치관에서 떠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는 아내만 유리한 선택일까? 궁극엔 남편 자신을 위한 것이다. 부모와 평생 살 것도 아니고, 누나는 매형과 산다. 나 자신이 앞으로 누구랑 살아갈지 따져보면 된다. 아파 누우면 대소변 병수발을 누가 해줄지도 떠올려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아내를 위한 게 아니라, 남편 자신의 이익을 우선한 선택이다.
그래서 현명한 시어른은 자식 부부가 불화할 때 아들을 나무라고 며느리를 지지한다. 장인 장모 역시 딸보다 사위를 대우한다. 이것이 자식 부부를 화합시키는 방향이다. 반대로 '내아들' '내딸'부터 걱정하면 결국 자식 부부는 불화로 향하고 만다.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