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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다식

최고선수 2006. 7. 19. 13:47

  어느날인지 문득 송화다식이 먹고 싶어진 날이 있었다.

  어렸을 적에 송화다식이나 칡잎을 아래쪽에 깔고 멥쌀로 만든 퍼석한 떡을 무슨 맛으로 먹나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찰떡보다는 멧떡이 좋고 송화다식이 먹고 싶어지니 입맛이 이렇게 변하나 보다.

  송화다식이 먹고 싶어 못견디다가 어느 날 잔치떡집에서 송화다식이 눈에 띄길래 얼른 사서 먹어보았다. 그랬더니 이게 웬 송화다식?  밀가루떡을 말린 것처럼 딱딱해서 이가 부러질 정도이고 아무 맛도 없어서, 식성 좋은 내가 '퇘'하고 뱉어낼 정도였다.

  그 후 십년 전쯤 되었을까 어머니가 금강산에 다녀오시면서 송화가루를 사오셨다.

  내가 송화다식을 먹고 싶어한다는 생각을 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으로 생전 처음으로 송화다식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그저 책도 사전 지식도 없이 물엿하고 설탕을 넣고 살짝 끓이다가 꺼내어 송화가루를 꿀로 맞추어 가면서 버무려서 손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그 후로는 동생이 이렇게 저렇게 해 보았더니 꿀만 넣고 반죽해서 만드니까 가장 좋단다. 이제는 다식판도 하나 장만해서 맛있는 송화다식을 제사 때마다 맛 볼 수 있게 되었다.

  한식요리사가 만든 다식을 먹어보니 아닌게 아니라 꿀과 물엿만 넣고 다식판에 찍어내는데 요즈음은 여러가지 모양의 다식판이 다양하게 나와 있었다.

송홧가루는 역시 아이들은 먹지 않고 미숫가루로 만든 다식을 맛있게 잘 먹는다. 검은깨다식도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검은깨가루는 중탕을 한번해서 만든단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지만 그만큼 정성들여 만들고 몸에 좋은 것들이다.

  이제는 슬며서 어렸을 적 할머니가 주셔서 먹어보았던 동애(동아)정과가 생각난다. 또 언제 동애정과 맛은 볼 수 있을까?

  사라져 가는 음식 문화, 우리의 건강을 월별로 계절별로 찾아서 특별식을 만들어 먹고 즐기던 그 시절이 훨씬 더 웰빙시대는 아니었을까?

 


 

  송화가루(미숫가루) 200그램에 꿀이나 물엿 15그램이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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