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2
조용헌 살롱의 ‘김우중과 亢龍有悔’
주역 64괘의 변화와 묘용을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면 하나의 괘로 집약된다. 바로 건괘(乾卦)이다. 주역의 대의는 ‘건괘’로 집약되어 있다. 모든 괘가 그렇지만 건괘도 역시 6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6단계의 과정은 모두 용(龍)의 변화 과정을 대입시켜 설명한다. 다석(多夕) 유영모 선생으로부터 주역을 배우다가 30대 중반에 홀연히 한 소식을 얻은 김흥호는 자신의 저서인 ‘주역강해(周易講解)’에서 이 6단계의 요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1단계의 잠룡(潛龍)은 자기가 되기 위해 한업이 노력하는 단계이다. 2단계의 현룡(見龍)은 어느 정도 자기가 자기를 느끼는 단계. 3단계의 군자(君子)는 하느님의 아들 같은 모습을 지닌다. 4단계의 혹약재연(或躍在淵)은 비약을 말한다.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기 위해 거듭나는 과정이다. 5단계의 비룡재천(飛龍在天)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단계. 6단계의 항룡유회(亢龍有悔)는 맨 꼭대기에 올라감이다.
이 6단계 중에서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은 4단계의 ‘혹약재연’을 좋아한다. 한번 하늘을 향해 점프하다가 일이 잘못되어 다시 밑으로 곤두박질치더라도 물이 있는 연못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다치지는 않는다. 만약 연못이 아니고 맨땅으로 떨어지면 엄청난 부상을 입는다. 따라서 아마추어들은 반드시 연못과 물이 있는 곳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건괘에서 하이라이트는 5단계의 비룡재천이다. 프로의 경지이다. 용이 여의주를 얻어 펄펄 나는 상황이다. 마음대로 천하를 휘젓는다. 대우 김우중씨의 70~80년대를 건괘에서 비유하면 비룡재천의 경지였을 것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았던 전성기였다.
그러나 수십조원의 국고를 축내고 해외에서 유량생활을 하다가 이번에 감방에 들어간 상황은 어떤 단계인 것인가. 6단계의 항룡유회가 아닌가 싶다. ‘항룡’은 높이 올라간 용을 가리킨다. 정점에 높이 올라가면 그 다음에는 추락하는 과정만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때는 날개도 없이 추락한다. 후회할 일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언제가 점점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이때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6월 23일(목)자 조선일보에 있는
조용헌 살롱의 ‘김우중과 亢龍有悔’를 옮겨보았습니다.
굳이 건괘(乾卦)가 아니더라도 인생의 모든 이치가 그러한 것을 누구나 높이 날고자 하니 그것 또한 마찬가지로 과정 중의 하나이겠지요.
하지만 좀더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처신한다면 추락하는 모습이 멋지지는 않을지언정 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