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큰아버지께서는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밥값을 해야지'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다섯살만 되면 농사일을 돕기 시작하는 농촌에서는 보통인 말이다.
방학이면 으례껏 큰 집으로 가서 지내고, 큰 집 식구들도 중학생이 되면 당연히 우리 집에서 얼마동안 학교를 다니고, 3대 독자인 할아버지의 단 둘뿐인 아버지의 형제였으니 다툼이나 불만스런 말 한 번 들어보지 못했었다.
나의 농촌 추억은 그래서 거의가 큰 집에서 본 것들이다.
도시생활(서울에서는 시골이라고 하겠지만 농사를 짓지 않으니)이란 것은 변화가 거의 없고
새로운 것도 별로 없어서 자연 가까이 숨쉬며 사는, 아니 학교 가다가 개울가나 숲에서 도시락 까먹고 물장난하고 놀면서 학교간다는 사촌동생이 부러워 초등학교까지는 농촌에서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농사를 직접 짓게 되었다.
논에 들어가 본 것은 대학교 때 봉사활동에서 딱 한 번 들어갔다가 발바닥이 간지럽고 거머리가 무서워서 금방 나온 전력이 전부인 내가 오십이 한참 넘은 나이에 이제야 농사를 짓게 된다니 참으로 엄두가 나지 않지만 한 번 해 볼 작정으로 이틀만에 어렵게 모를 구하고 포크레인 작업에 수로까지 내고 엿새만에 모를 심었다. 생전 처음으로 하는 농사일, 정말 잘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고, 배보다 배꼽이 크게 농비가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암튼 큰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덤빈 일, 벼가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처음으로 밥값을 하고 밥을 먹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한편 대견하기도 하다.
그런데 어제 논에 물을 대고 보니 하루살이 같은 것이 많이 붙어있고 달팽이도 엄청 많이 있던데 어떻게 하지? 논둑이 장마에는 괜찮을까? 물꼬를 좀 올릴걸 그랬나? 에이~~ 사서 고생이네.
잘 아시는 분 좀 가르쳐 주세요.
어제는 연못에서 양수기로 물을 품어올리느라고 하루가 다 갔습니다.
포크레인 수로내고 관을 묻은 날 : 6월 7일, 8일
물을 대고 로터리(?) 친 날 : 6월 10일
물을 적당히 뺀 날 : 6월 11일
모 심은 날 : 6월 12일(살충제 리전트 600평 기준 1포)
사진 찍은 날 : 16일
물이 말라서 물을 댄 날 : 6월 18일
복합 비료 준 날 : 19일(200평 기준 20킬로 1포씩)
물이 너무 말라서 물을 댄 날 : 6월 25일(윗논 6시간, 아랫논 1시간 반)
아자!!! 힘 내라 힘!
오늘은 하루종일 파워포인트 배우느라 씨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