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최 부잣집의 '六然'

최고선수 2005. 12. 16. 20:19

 

조선일보 2005년 12월 15일 목요일

조용헌 살롱 [172]

 

최 부잣집의 '六然'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인사가 되었다. 누구나 부자 되기를 갈망하는 시대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부자를 대접하고 존경하는 사회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부자들은 대부분 부도덕한 졸부라고 여긴다. 바로 이 점이 한국 사회의 이중률(二重律)이다. 부자가 존경받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인가.

  경주의 최 부잣집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집안이라서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12대 300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만석꾼을 지냈으니 말이다. 부자는 3대를 넘기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도 무려 300년 동안이나 만석꾼을 지냈다는 사실을 뒤집어 보면 그만큼 주변으로부터 검증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철학과 경륜이 없었으면 어떻게 300년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최 부잣집이 300년 부를 유지한 노하우 가운데 하나는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육연(六然)'에 있었다. '육연'은 이 집안의 가정교육이자 원리이자, 인품을 닦는 수신(修身) 철학이기도 하였다. 첫째는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 초연하게 지낸다. 둘째는 대인애연(對人靄然), 남에게는 온화하게 대한다. 셋째는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에는 맑게 지낸다. 넷째는 유사감연(有事敢然), 유사시에는 용감하게 대처한다. 다섯째 득의담연(得意淡然), 뜻을 얻었을 때에는 담담하게 행동한다. 여섯째 실의태연(失意泰然), 실의에 빠졌을 때에는 태연하게 행동한다. 어떤 일이 실패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절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상이 6가지 연(然)이다.

  최 부잣집 후손의 증언에 의하면 유년시절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면 곧바로 조부님이 기거하는 사랑채에 가서 붓글씨로 이 육연을 썼다고 한다. 물론 할아버지 보는 앞에서 써야만 하였다. 매일 반복해서 수년 동안 이 글씨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내용이 몸속에 박히게 되었다고 한다. 17세기 중반부터 시작해서 해방 무렵까지 조선 최고의 부잣집의 가정 교육은 이렇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아울러 부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고도의 인격수양이 뒷빋침되어야 가능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집안이었으니 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영남의 어른 집안으로 줄곧 존경을 받았다.

 

 

  '조용헌 살롱'이 한동안 나오지 않아서 섭섭한 마음이 많았었는데, 어제 신문에 나와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좋은 글을 읽고나서도 금방 잊어버리니 이렇게라도 보관하고 싶은 마음에 다 적었는데, 사진을 올리겨다가 손가락 한 번 잘못 놀려서 다 날라갔습니다. 또 다시(적는 것은 무조건 싫어하는 성격인데...) 옮겨봅니다. 쉽게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유난히 올 겨울 눈이 많이 옵니다. 또 여름소나기처럼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눈이 오면 강아지와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눈이 펑펑 오면서 바로 녹아버리면 모르지만, 출퇴근 길이나 폭설로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은 눈이 꼭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눈이 오고 나면 내년에는 풍년이 들겠지요.

 

 

 

   아이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재미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