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버지와 성적표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학급에서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성적이 많이 떨어졌는 그 당시에는 성적표에 반드시 부모님의 확인 도장을 찍어야 했으므로 부모님께 숨길 수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도 그렇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있어 무척이나 두려운 존재였기 때문에 더더욱 성적표를 보여드리기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아버지께 성적표를 보여드리고 불호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웬일인지 아버지께서는 단 한마디의 말씀도 하지 않고 성적표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아버지께서 평소와는 다르게 먹을 것까지 사오셔서 온 식구가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아무 말씀도 안하신 것이 너무 고맙고 오히려 공부하기 싫어한 것이 무척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나중에는 공부 열심히 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물론 그러한 생각이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은 단순히 고맙고 기쁜 것인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나를 믿어준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동화로 열어가는 상담 이야기'에서
출판사 : 학지사
지은이 : 박성희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서 어려운 상담에 관한 이야기는 빼고 예화만 읽어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것 같아 부모가 읽으면 좋은 글 같아서 소개합니다.
그냥 지켜봐 주고 믿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