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2장 24

다 가진 사람

다 가진 사람하 정모처럼 통잠을 잤다따스한 저녁 노을빛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다나는 다 가진 사람이다의견이 달라 다투기만 하는 남의 편도 있고가끔은 속 썩이고 가슴 아프게 하는 자식도 있다내가 잘 되기만 소원하는 가끔씩만 찾아뵈는 엄마도 있다일하거나 놀다가 돌아갈 집도 있고남에게 손 벌리지 않을 만큼 돈도 있다영화나 책을 볼 수 있는 내 시간도 있다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있고이것저것 약을 먹고 불편한 것도 많지만 큰 통증 없이 돌아다닐 수도 있다무엇보다 통잠을 자고 난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3막 2장 2025.05.24

부모 마음

부모 마음하정신기하고 궁금하고아주 작은 일에도 기쁘고아주 작은 일에도 맘 졸이고희망의 씨앗 하나오지게 꿈꾸다가천하를 얻은 듯마음이 부풀다가자식 눈에 눈물 나면피눈물 흘리다가애지중지 온 마음정성을 다하다가온몸이 망가지고정신마저 흐릿해가도자식 하나 잘 되기만기도하는 부모 마음논산 관촉사 국보 제323호 석조미륵보살입상가정의 안녕과 행복을 염원하는 미륵불(은진미륵)

3막 2장 2025.05.08

구제불능

구제불능하정얼룽얼룽얼굴이 얼룩져 보인다황반변성 고것이 문제다십사 년 전에 한쪽을작년에 나머지 다른 쪽을 수술하였다아니다!블루라이트고것이 문제다잠 안 오는 밤 휴대전화를 끼고 산내 잘못이다사진도 못 찍고운전도 못하겠고책도 오랜 시간 못 읽겠고내 인생 쫑 났다!새벽 네 시지금도 쓰고 있으니구제불능어찌해야 할꼬?못 날아가는 듯한 후투티

3막 2장 2025.03.01

추위

입춘이 하루 지난 오늘 추워도 너무 춥다. 영하 9도에 최고 기온도 영하 2도라니 봄이 온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는 것 같다.내일은 영하 8도에 영하 3도이고 눈까지 내린다니 설 지나고 맹추위는 겨울보다 더 혹독하다. 문득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섣달그믐 가까이 결혼식을 치르느라 손이 추위에 얼었던 울 엄마 생각이 난다. 그때는 넉넉지 못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부엌과 환경을 원망하느라 고생하시는 엄마를 보는 것도 짜증만 났었다. 그 무렵도 너무 추워서 밥상 위에 놓은 그릇들이 얼어서 미끄럼을 타고 온수라고는 없는 수돗가에서 미역을 씻느라 힘들기만 했었다. 그런 부엌에서 일하시는 엄마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진해서 부엌일을 돕거나 설거지할 생각을 못했으니, 그런 불효가 없었다. ..

3막 2장 2025.02.04

소한 대한

속담에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말도 있다. 5일이 소한이었으니 8일인 오늘은 가장 추운 데다 간 밤에 눈까지 소복이 내려 겨울 풍경이 제대로다. 연말연시 계엄과 탄핵 등 어수선한 시국에, 모처럼 가슴 시린 마음이 포근한 이불을 덮은 것처럼 차가운 따스함을 잠시나마 느껴본다. 가장 추운 소한 얼음 대한에는 다 녹아서 경제도 풀리고 나라도 꼬인 정국이 다 풀려서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3막 2장 202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