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1장 92

서커스

서울에 사는 큰 딸이 서커스 예약해 놓았으니 놀러 오란다. 자기는 반차를 냈으니, 금요일에 올라와서 저녁을 먹고 서커스공연을 보러 가자는 것이다. 어차피 예약을 해 놓았다니, 오전에 올라가서 고속터미널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딸네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보통 두 시간 사십 분에서 세 시간이면 가는 길을 명절도 아닌 평일에 세 시간 반도 넘게 걸려서 도착했더니, 벌써 딸이 점심을 먹고 터미널까지 마중 나온 지 한참이나 지났단다. 전주에서 유명한 삼백집이 보이길래 터미널에서 둘이만 밥을 먹고 집으로 갔더니 재택근무 중인 사위가 반갑게 맞아준다. 우리가 늦어져서 쉴 새도 없이 딸은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나는 준비해 간 것도 없어서 그저 해 주는 저녁을 먹고 서커스를 보러 갔다. 잠실운동장에서 한다고..

3막 1장 2023.12.26

시월의 마지막 날

음력 시월 마지막 날이다. 양력으로는 12월 12일이고. 요즘 영화 '서울의 봄'이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롯데시네마에서 인터넷 예약을 하려고 들어가 보니 앞자리 몇 개를 빼고는 거의가 매진되어 있다. 어제오늘 비가 오니 극장으로? 아니면 주 중에 이렇게 밀린다는 것이 경기회복 조짐일까? 아니면 현재 시국이 심상찮아서인가? 이승만 정권의 부패와 독재로 인한 1960년 4.19 혁명 후, 5.16 군사반란으로 세운 박정희 정권의 부정부패와 독재가 극심해지고, 장기집권을 위한 유신헌법으로 민심이 끓어오를 때, 1979년 10.26 사태(박정희대통령 피살)를 맞이하고, 그 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서 허수아비 최규하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고, 1980.05.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하..

3막 1장 2023.12.12

존 중

존 중 하 정 사랑받지 못한 아이 문제아 되기 쉽고 사랑받지 못한 아내 악처 되기 십상이네 사랑으로 키운 아이 사랑할 줄 알게 되고 사랑으로 대한 아내 사랑스런 아내 되지 존경받지 못한 부모 불효자식 만들고 존중받지 못한 남편 투덜 아내 만들겠지 존경받는 부모는 자식 성공 이루고 존중받는 아내는 가정 행복 이루리 나, 너, 우리 모두 사랑과 존중으로 온 세상 평화 이루길 간절히 기원하네

3막 1장 2023.12.09

입동

입동이 코 앞인데 27도가 되니 아직도 덥다는 말이 나온다. 백로 가족 한 무리가 지난번 큰 비로 떠밀려 온 자갈더미에 앉아 희희낙락이다. 은행잎도 어느새 우수수 지고 있는데, 단풍은 아직인지 말라버렸는지 고운 기색이 안 보인다. 그믐달이 보이다 숨었다 숨바꼭질하는데, 내가 해결하지도 못할 쓸데없는 걱정거리가 들어왔다 나갔다 어지럽힌다. 간절히 바라오니 조상님 부처님 하나님 보살펴 주소서!

3막 1장 2023.11.07

장항 맥문동

성주의 성밖숲 맥문동이 소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멋졌는데, 가까운 장항 맥문동도 멋지다고 들은 지 수년이 지났건만 한 번도 못 갔었다. 올 해는 꼭 가겠다는 내 말에 축제가 끝나가는 지난 토요일에 친구들과 가기로 했으나, 또 일들이 생겨서 올해도 못 가게 되나 보다 하던 차에, 친구 하나가 동생이 맥문동꽃이 한창이라서 너무 이뻤다고 우리도 갑자기 월요일에 가잔다. 만사 제치고 네 명이 길을 나섰다. 전주에서 군산까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라서 천천히 안전하게 갔다. 장항 스카이워크를 검색한 후 임시주차장 즉 3 주차장으로 지정하여 내비게이션이 외곽도로로 안내하니 또한 한가하게 갈 수 있었다. 여름이 너무 길어져서 백로가 지나고도 무덥기만 한 날이 계속되었는데, 바닷가에 자리한 소나무 숲이라서 그런지 바람..

3막 1장 2023.09.15

여름이 다 갔나?

이틀 전 처서가 지났다고 어제는 찬바람이 싫어서 창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다. 남동향이라지만 동쪽으로 더 돌아앉은 집이라서 아침부터 해가 쑤욱 들어오니 바로 더워진다. 아침부터 낮동안 내내 덥다고 에어컨 틀어놓고 저녁 먹고서야 창문을 열어놓고는 차마 춥다고는 말하기가 좀 무색해서 서늘하다고 해야겠지만 기온을 검색해 보니 21~22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안방창문만 닫으면 될 것 같아서이다. 8월도 26일이니 거의 다 가고 여름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벼도 사알짝 누른 빛을 보이니 곧 올기쌀이랑 햅쌀도 나오겠지? '풍성한 가을 준비하느라 땀 흘린 농부들과 더운 여름 견디며 일하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인사드리고 싶다. 자연재해도 많고 인사 사고도 많았지만,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지고 모두 힘을 합쳐 ..

3막 1장 202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