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토요일 조선일보의 조용헌 살롱에서
홍계탕
나라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결국은 의식주로 압축되는 것 같다. 의식주 가운데서도 먹거리인 '식(食)'은 옷과 집에 비해서 비교적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요소이다.
한국음식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다. 음식 따로 약 따로가 아니라,먹는 음식이 곧 약이 되는데에 있다. 대표적인 약식동원 음식을 꼽는다면 삼계탕을 꼽고 싶다. 한여름에 원기보총 하는데에는 삼계탕만 한 음식도 드물다. 그래서인지 외국인들도 한국을 찾아오면 반드시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바로 삼계탕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쪽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일본과 대만의 관광객들은 삼계탕을 아주 좋아한다.
한국의 인삼은 수백년 전부터 몸에 좋은 것으로 소문나 있는데, 이 인삼과 닭을 함께 고아낸 삼계탕을 먹으면 맛도 입에 맞을 뿐만 아니라 원기보총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먹고 싶겠는가. 내가 알고 있는 일본사람들의 95%는 삼계탕을 좋아한다. 5% 정도는 싫어하는데, "왜 싫어하느냐"고 물어보니까. "닭이 통째로 나오니까 보기가 약간 징그럽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일본 음식에는 닭이 통째로 나오는 요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서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아가는 곳은 서소문의 '고려삼계탕' 집이다. 종로구 체부동에 있는 '토속촌'은 노무현 대통령이 가서 유명해진 곳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삼계탕을 한 단 계 더 고급화시킨 홍계탕이 나왔다. 인삼 대신에 홍삼을 사용하고, 여기에다 검정색 오골계(烏骨鷄) 를 배합한 것이다. 강남 도산공원 입구에 있는 '가온'의 조태권 사장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홍계탕을 먹고 뼈를 버리는 그릇도 용이 양각된 푸른색 도자기에다가 뚜껑에는 여의주가 손잡이로 되어 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키신저, 메가와티, 호소카와도 다녀갔다고 한다. 유태인들은 특히 닭수프를 좋아하는데, 유태인인 키신저는 홍계탕을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닭고기라는 보편성에다가 홍삼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이 결합된 '한류음식'이 홍계탕(삼계탕)이다.
오늘은 입추이고 딱 일주일 뒤인 14일에는 말복이다.
삼복더위에 지친 여름의 건강을 콩국수나 삼계탕 등 고단백음식으로
챙길 줄 아는 선조들의 지혜가 다시 한번 놀라울 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삐뚤 뻬뚤 첫솜씨 노리개와 이를 응용한 휴대폰줄
외도래, 도래, 귀도래, 생쪽, 잠자리매듭, 가지방석, 귀달린 가지방석, 가락지, 장구매듭, 국화매듭 이름도 순 우리말로 정겹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