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인연 이야기(법정)

최고선수 2010. 5. 2. 14:43

                               코끼리와 소와 양을 잡아 제사 지내도

 

  옛날에 화묵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바라문과 무당을 섬겼고, 생물을 죽여 제사 지내는 것을 떳떳한 일로 삼았는데 왕의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앓게 되자 이름난 의사를 불러 치료케 하고, 무당들을 시켜 굿을 하며, 기도를 올리도록 했으나 병은 날로 더해만 갔다. 그러자 나라 안의 2백명의 바라문을 궁중에 모셔 음식을 대접하고 사정을 말하니 네 산과 해와 달과 별들에 제사지내고, 백마리의 짐승과 어린아이 하나를 죽여 하늘에 제사 지내되, 왕께서 몸소 어머님을 모시고 제단 앞에 꿇어앉아 절하면서 오래 사시라고 빌라고 하였다. 왕은 그 말대로 준비를 서둘렀는데 온통 슬픈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부처님은 급히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 나라로 가셨다.

  부처님과 제자들을 보자 왕은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께 절한 후 그 날 올릴 제사의 내력에 대해서 사뢰었다.

  “곡식을 얻으려면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고, 큰 부자가 되려면 널리 베풀어야 하며, 오래 살려면 큰 자비를 펴야 학, 지혜를 얻으려면 배우고 물어야 합니다. 이 네 가지 일을 할 때는 그 뿌린 것을 따라 열매를 거둘 것입니다.

  무릇 부귀한 자는 가난한 이의 음식을 탐하지 않는 법입니다. 저 하늘(천신)들은 칠보로 궁전을 이루었고 옷과 음식은 저절로 생기는데 어찌 감로의 음식을 마다하고 하필이면 부정한 음식을 먹으러 오겠습니까? 사악한 짓을 바르다 하고, 무수한 목숨을 죽여 한 목숨을 구하려고 한들 어찌 그 소원이 이루어지겠습니까?“

부처님은 게송을 읊으셨다.

 

사람이 백 년 동안 오래 살면서

천하의 귀신을 부지런히 섬기며

코끼리와 소와 양으로 제사를 지내도

한 번의 자비를 베푼 것만 못 하네

 

  부처님의 이와 같은 설법을 듣고 왕은 어리석음의 구름에서 벗어났고, 앓던 병자는 몸과 마음이 상쾌해져 병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2백명의 바라문들도 바른 가르침을 듣고는 부끄러워하며 허물을 뉘우쳐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했다. 부처님은 그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법구비유경>자인품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그 원한,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는 것도 입으로 짓는 업의 인과관계를 가리킨다.

  우리가 짓는 업의 인과관계를 가리킨다.

  우리가 짓는 업의 결과, 또는 그 갚음을 업보나 응보라고 한다. 인과응보는 누가 시키거나 어떤 주재자가 있어 조정하는 것이 아니고, 나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다. 그래서 자업자득이나 자작자수(自作自受)라고 한다.

  불교의 통설에 따르면, 지은 업에 따라 그 과보를 받는 시기에 세 경우가 있다고 한다. 순현보(順現報)는 현재 지은 업에 따라 그 결과를 현세에서 받는 것이고, 순생보(順生報)는 이다음 생에 가서 받는 거이며, 순후보(順後報)는 내생이 아니더라도 그 자신이 뿌린 것을 언젠가 거두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일은 거저 되거나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좋은 일이나 궂은 일이나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 개인의 집합인 공동체의 인과관계도 마찬가지이며, 그 것을 공업(共業)이라고 한다.

 

 인도의 설화와 부처님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이야기들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꽃보다 화사한 신록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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