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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털 동의보감

최고선수 2013. 3. 10. 06:45

경향신문  2013.3.8 금요일 23 

한의사 김용혁의 멘털 동의보감

 

'소음인' 그녀가 슬럼프에 빠진 이유

 

  최근 SBS 드라마 <야왕> <추적자> 등에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탤런트 김성령씨. 그녀의 별명은 '거절의 여왕'이다. 콧대가 높아 좋은 출연 제의들을 모두 고사한 데서 비롯됐다. 치근 한 토크쇼에서 "미스코리아가 된 뒤 첫 영화의 첫 주연으로 대종상까지 받았지만, 이후 16년간 영화 (제의) 한 편 안 들어온 완전 내리막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최고 인기감독의 드라마 러브콜에도 자존심 때문에 "저는 영화만 합니다"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이번엔 MC 제의를 받고 "저는 드라마만 합니다"라며 또 거절했다고 한다. 잡지 화보는 "얼굴 피부가 안 좋아서..." 광고계약은 "결혼해야 해요"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콧대가 하늘을 찔렀다. 모 사진기자가 친한 척하며 말을 놓자 '내가 미스코리아인데..."라는 반감에 "앞으로 반말하지 마세요"라며 정색을 했다고 한다. 김성령씨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개념없고 내가 미쳤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사회 이경규씨는 "당시 이런 걸 따지는 건 보통 연예인들은 상상할 수 없다. 이건 성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성령씨의 체질은 소음인, 여러 에피소드들 역시 '긍심'이 강한 소음인들에게 잘 나타난다. 자기 생각이나 결론에 빠지면 주변 분위기 파악이 떨어진다. '내가 옳고 내가 잘났으니 내 식대로 따라오라'는 게 긍심이다. 이제마는 긍심을 소음인 건강의 치명적 약점으로 꼽았다. 실제 몸과 마음의 질병을 일으킨다.

  강박증으로 내원한 한 소음인 고등학생, 공부 의자의 딱딱한 부분이 칼처럼 느껴져 엉덩이가 아프고, 책 위에 손이 닿을라치면 종이에 손이 베일까봐 공부를 못하겠다고 호소한다. 전혀 위험하지 않은 것도 아이의 무의식에서만 유독 큰 위험으로 느껴진다. 중학교까지 성적도 최상위권이었고, 부모의 공부압박이 심한 것도 아니었다. 아이가 위험요인으로 인식한 것은 바로 '긍심', 자존심이다.

  늘 1등만 했는데, 고등학교에선 1등을 못하면 어쩌나라는 조바심이다. 막상 반편성 고사에서 국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아이는 "나 정도면 최소 90점은 나와야 하는데, 80점밖에..."라고 말했다. 자신은 원래 1등이고 1등점수만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대입 결과까지 미리 걱정하며 한참을 앞서갔다.

  '나는 원래 1등인데...'라는 긍심에 사로잡히면 더 이상의 노력은 귀찮아진다. 자존심은 계속 지키고 싶고, 새로운 노력이 귀찮아지는 순간 현실 도피 무의식이 강해진다.

  아이는 "강박증만 없으면 공부를 더 잘할 텐데"라고 말하지만, 마음에서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진짜 불안의 대상과 긍심을 돌아보게 만들자 강박증은 호전됐다.

  김성령씨 역시 "톱 여배우들을 보면 나는 왜 늘 2순위인가, 나는 춘향이도 못 해보고 월매 역할뿐인가"라면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다. 만약 '내가 미스코리아인데...'라는 긍심만 강했다면 제2의 전성기는커녕 우울증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붙여준 '못다 핀 연예인'이란 별명처럼 될 뻔했다.

  그러나 불혹에 연기 기초부터 새로 공부하겠다며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후배 연기자에게도 배우면서 최고의 출석률과 전 과목 A+로 장학금까지받았다. 이후 작은 역도 마다않고, 배역 이미지를 위해 평생 하지 않던 운동까지 실천해 5킬로그램씩 감량했다. 이제 그는 감독들을 향해 "어떤 역할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고 했다.

  '원래부터 1등이란 없다. 지난 영화는 이미 과거일 뿐, 새로운 노력만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노력 없는 긍심은 마음에 착각을 일으켜 결국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다. 그래서 기쁨을 원하는 자는 자신의 혈기부터 달래야 하며, 술을 갈망하는 자는 익은 포도알부터 짜라고 하지 않았던가.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부산의 지인에게 선물 받은 산반의 신아가 맑게 올라오네요.

 신아처럼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