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소화불량.두통의 감춰진 이유
경향신문 2016년 10월 29일 수요일 19
한의사 강용혁의 멘털 동의보감
부부는 수레의두 바퀴와 같다. 한쪽이 고장나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 두 바퀴를 연결한 축이 고장나 반대쪽도 온전할 수가 없다. 또 한쪽 바퀴만 더 크고 잘나도 앞으로 가지 못한다. 한쪽으로 치우쳐 원을 그리다 결국 제자리걸음이다. '나는 잘나고 옳은데, 너는 못나고 틀렸다'며 배우자의 자존심을 긁는 행위가 꼭 이런 모양새다.
만성 소화불량과 두통을 호소하는 ㄱ씨. 내시경 검사에는 이상이 없지만, 소화제와 진통제를 먹어도 차도가 없다. 일도 집중이 안되고 우울증까지 생겼다. 감춰진 진짜 원인은 아내와의 갈등이었다.
자영업자인 그는 "최근 매출이 줄었으니 생활비를 좀 아껴 쓰라"고 여러차례 말했지만, 아내는 시큰둥하다. ㄱ씨 입장에선 너무 당연한 요구인데, 아내 태도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ㄱ씨의 취지는 잘못된게 없다. 하지만,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다. 남편이 카드 내역서까지 확인해가며 국정감사하듯 이런 요구를 한다면, 전업주부 입장에선 과소비라도 해서 문책당하는 느낌이 든다. 장 볼 때나 커피 한 잔 사마실 때도 자꾸 마음에 걸린다. 이런 것까지 신경 쓰는 게 '참 치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밖에서 돈 벌면 이런 대우 안 받을 텐데'라며 섭섭해한다. 줄어든 생화비보다 자존심의 상처가 더 힘겹다. '다 함께 절약해보자'는 수긍보다 '내가 명품백이라도 샀어? 다 아이들한테 들어간 돈인데'라며 반발감만 커진다.
아이들이 방을 조금만 어질러놔도 아내는 더 심하게 혼낸다. 그리고 남편은 지금 아내가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평소 생활비로 100원을 주다가, 수입이 줄어 50원밖에 못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밖에서 힘들게 번 돈 아껴 쓰라'는 식은 전업주부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대신 '많이 못 벌어다줘 미안하다. 잘 견뎌보자'는 식이었다면 어땠을 까. 아내는 50원이라도 돈의 용처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자존심이 상하진 않는다. 오히려 남편은 얼마나 힘들까 걱정한다.
돈 잘 버는 남편들도 마찬가지다. 아내 자존심을 건드리면 '당신이 돈 잘 번다고 유세하냐?'는 마음이 생기고, 상처받은 자존심은 명품이나 사치품을 질러서라도 보상받고 싶어진다. 또 필요 이상 돈을 써서 자식농사도 망친다. 하지만 '당신 자식한테 돈 쓰는데 뭐 잘못됐냐?'는 명분으로 서로 맞서느라 문제의식도 없어진다.
TV 속 연예인과 몸매 비교를 하며 살을 빼라는 식으로 대놓고 준 상처도, 결국은 이런 우회적이고수동적인 공격행위로 되돌아온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남들은 해외여행에 아이들 어학연수도 보내는데'라며 수입으로 남남편 자존심을 긁으면, 어떤식으로든 그 결과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아내가 더 잘나가거나 남편이 전업주부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수레의 짝으로 연결된 이상, 혹여 내 바퀴가 더 잘났다는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일상 대회에서 배어나와 배우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다. 그리고 다시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와 가정이라는 수레 전체로 파장이 확산된다.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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