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1장

우리 조상 달력은 1년이 13개월 설명 안되던 옛 속담 명쾌해져

최고선수 2016. 12. 3. 08:19

        "우리 조상 달력은 1년이 13개월

                 설명 안되던 옛 속담 명쾌해져"

                                      경향신문 2016년 11월 30일 수요일 25


     '상고시대 달력' 원리 책 낸 배우.시나리오 작가 출신 이정희씨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세에서 가장 많이 쓰는 태양력인 '그레고리력'이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1582에 기존에 쓰던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수정해서 공포한 그레고리력은 1년을 365.2425일로 계산한다. 그래서 3000년에 하루꼴로 오차가 생긴다. 또한 그레고리력은 해가 바뀌면 날짜마다 요일이 바뀌고, 28일부터 31일까지 한 달의 일수가 일정하지 않다.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도 번잡하다.

  고전을 통해 오랫동안 '역(曆)'을 공부한 학자들 사이에선 상고시대 우리 조상이 사용한 달력의 존재가 정설처럼 전해진다. 하지만 이 달력이 어떤 체계로 만들어졌는지는 수천년간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이정희씨(52)씨는 우리 고유의 달력 원리를 찾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펴낸 책 <마고력>(단국문화원)에서 그 원리를 공개한 이씨를 지난 21일 만났다. 이씨는 영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이태원 살인사건>(2009),<선택>(2003)등 논쟁적 영화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다. 이씨는 책에서 상고시대 우리 조상이 사용한 '고유력'은 1년을 12달이 아니라 13달로 나누고 매달은 28일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유력의 이치를 깨달은 것은 예부터 구전돼온 말들과 옛 문헌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우리가 쇠고 있는 설은 원래 작은 설이고, 정월 대보름이 큰 설'이란 말이 있어요. 절기인 '소설(小雪)'에 눈 설(雪)자를 쓰지만, '설'이 우리말의 음(소리)을 표기한 이두식 표기라 생각하고 13월의 첫날을 소설로 놓고 날짜를 역산해 적어갔죠. 그 결과 1년의 정 중앙은 하지가 되고, 놀랍게도 1월 1일이 동지가 됐어요."

  그는 "한 달이 28일이고 13개월이면, 28에 13을 곱해 364일, 52주가 돼 365일에서 하루가 모자란다"면서 "제주도에 구전되는 말 중에 '1년의 마지막 달에는 신이 하늘로 올라가 인간이 뭘해도 상관 없다'는 것이 있어서 이 말에 착안해 마지막 달은 하루를 더해 29일로 했다"고 했다.

  "한국 상고사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꼽히는 <부도지(符都志)>에 달력에 관한 내용이 있어요. '매번 사(祀)의 시작에 대사(大祀)>의 단(旦)이 있으니, 단과 1은 같기 때문에 365일이 된다'고 쓰여 있거든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해독을 못했는데, 고유력을 깨달아 가면서 이해하게 됐어요. 이 말은 날자가 큰(대사) 13월을 1,2,3~29일로 한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첫날이 1일이 아니라 설(단.旦)자체가 하루의 길이'라는 얘기죠. 그래서 설, 1,2,3...28일이 되는 거예요. 날로는 29일이지만, 13월 또한 28일까지인 거죠.

  '설'을 날로 넣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탄복했어요. 어떻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달력을 완성했는지 놀라울 뿐이에요."

  <부도지> 신라의 학자 박제상이 썼다는 '비서'로, 필사본이라고 주장되는 책이 일부 전해지고 있다.

  그는 "음력이나 그레고리력으로는 사람들의 삶과 맞지 않던 옛 이야기나 속담도 반만년 전의 고유력으로는 적중했다"고 밝혔다. "'삼짓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 '우수엔 대동강 물이 풀리고 경칩에는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나온다' '동지 팥죽까지 먹어야 한 해가 바뀐다' '애는 열 달 만에 나온다'와 같이 구전된 이런 말들도 28, 13월로 구성된 고유력에 맞추니 현실과 딱 맞아떨어져요. 뿐만 아니라 지금 달력으로하면 하지(양력 6월 21일경)와 백중(음력 7월 15일, 올해는 양력 8월 17일)은 같은 날짜가 될 수 없지만 고유력으로는 하지와 백중은 같은 날이 돼요. 고유력은 해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하지는 1년의 정중앙인 7월 15일이었던 것을 그대로 음력으로 옮겨 놓으면서 지금의 달력과 같이 된 거죠" 그가 만든 고유력 2017년판은 인터넷(www.dankun.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가 고유력 찾기에 나선 것은 20여년간 역을 공부한 재야 학자와 우연히 만나면서다. 그후로 이씨는 사라졌다는 고유력의 흔적이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으로 믿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고유력을 전 세계인들에게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대 국문과 83학번인 이씨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극단 '현장' 배우로 활동하다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2012년부터는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통일운동을 하고 있다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