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이 입추였고 14일이 말복이었다.
오늘이 17일이니, 입추가 지나고 딱 열흘 만에 길고도 긴 열대야에서 벗어났나 싶을 정도로 어젯밤에는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이 잠들 수 있었다.
하기야 어제 두 번의 빗줄기로 달궈진 건물과 도로를 식혀주긴 했지만 오늘로 열대야가 끝났으면 싶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어 죽는 것보다 더워 죽는 사람이 많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없는 사람은 더위가 낫다는 말도 옛말이다. 여름에는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로 숨이 컥컥 막히게 덥고, 겨울은 그런대로 따뜻하기 때문이다.
유명했던 흑산도 홍어가 이제는 군산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니 바닷물도 수온이 상승하여 그리된 것이리라. 하긴 동해안의 명태가 하나도 안 난지도 몇 년 전 일이니, 인위적으로 치어를 방류한들 자연의 힘을 어찌 감당할까 싶기도 하다.
사과도 재배지가 갈수록 북쪽으로 이동하여 유명하던 대구 사과가 장수사과가 되더니, 이제는 진안사과 충북 영동사과 경기도 가평사과가 되어간다.
이러다가 우리나라도 바나나 산지가 되는 것은 아닐까?
문명의 이기로 자연을 훼손하는 속도가 빨라지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막연한 불안감이 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도한 흐름의 강물을 누가 어떻게 돌려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늘도 폭염경보란다. 나락이 익으려면 뙤약볕도 필요하지만 밤에는 좀더 시원했으면 좋겠다.
하기야 입추에서 보름 뒤에는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되니, 닷새만 지나면 더위가 조금은 물러가리라. 흘러가는 세월을 누가 막으랴!

전주천의 백로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