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22년전에

최고선수 2005. 2. 24. 21:26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지친 나날들.

  하지만 예쁜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 또한 너무 젊은 날들이어서 모든 가능성들을 희망한 채로 나름대로 열심히 못하는 일 배워가면서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고 살아왔었다.

  항상 많은 식구에 바글바글 좁아서 부대끼며 불편하면서 또는 속상하고 다투고 서운하고...

  그런데 우리 집엔 어느새 불과 몇 년만에 세식구만 달랑 남게 되었다.

그나마 집에 하나 남은 둘째 딸 오티 간다고 없으니, 오늘 낮엔 처음으로 그야말로 할 일 하나도 없는 사람마냥 혼자 한가한 마음으로 남부시장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골목골목까지 누비고 다녀 보았다.

  무엇을 사려고 해도 먹을 사람이 없으니 살 것도 마땅찮고 배가 고프지도 않고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정말이지 시장은 사람들이 거의 돌아다니지 않는 한가한 곳이 되어 있었다.

  항상 시끌벅적 시끄럽고 사람들이 북적대고 볼거리 구경거리 많고 약간은 지저분하면서도 사람사는 것 같던 곳이었는데,  많이 깨끗해졌고 아크릴 지붕으로 밝아지기도 했으나 가게들은 예전에 있던 그 모습 그대로였지만, 물건 값을 깎기 위한 실랑이는 물론 다니는 사람조차 별로 없는 곳이 되어 있었다. 옛날의 활기찬 모습의 시장다운 면모를 잃고 싱싱한 생선처럼 파닥거리고 부푼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니 서민들이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 모양이다.

나름대로 정감있게 수작업이나 반가공품으로 만들고 팔고 사고 하는 모든 일들이 이제는 가공품이나 기계로 처리되어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 마트로만 몰리니, 사고 파는 시장이 이제는 자리를 옮겨 큰 곳으로만 집중되고 돈도 큰 곳으로만 몰리는 모양이다.

 


 

22년 전에 어디가나 비질하기 좋아하는 우리 큰 딸이 청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