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1장

어린 동생 괴롭히는 형에겐 가족 이야기책 읽어주면 좋아

최고선수 2018. 10. 25. 19:56

  오은영의 '토닥토닥' 

                어린 동생 괴롭히는 형에겐

                    가족이야기책 읽어주면 좋아

                                           조선일보 2018년10월 25일 목요일  A31

  엄마 몰래 어린 동생을 자꾸 꼬집어요

  형제에 대한 질투는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 현실적이고도 강한 감정이다. 특히 새로 태어난 동생에 대한 형의 질투는 자기 방어와 위기 의식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나중에는 동생과 친해지고 애정이 생길지 몰라도, 처음에는 동생을 사랑해야 할 이유가 없다. 부모의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새로 나타난 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형이 동생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질투는 평소 형에 대한 부모의 사랑의 깊이,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가 얼마나 안정되게 맺어졌느냐에 따라서 정도가 다르게 표현된다.

  형이 동생을 때리고 꼬집을 때, 아기가 다칠까 봐 형을 야단치고 아기를 감싸면 형은 동생을 적으로 여기게 되어 더 심한 행동을 할 수 있다. 동생을 꼬집어 상처를 냈다면 "네가 약을 발라 주렴"이라고 해서, 속으로 당황해하고 있는 형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는 쪽이 좋다. 시키는 대로 약을 잘 발라주면 "아유, 잘했어. 봐, 동생이 좋아하네"하면서 칭찬도 해준다. 형의 손을 잡아 동생을 어루만지게 하면서 "형이 너 좋대"라는 말도 해준다. 이렇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직접 돌보게 하고 자주 접촉하게 하면 동생을 질투하고 미워하는 대신 조금씩 동생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자리 잡을 수 있다.

  가족과 관련된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가족에게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고, 그 후 가족들이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갈등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가 그려져 있는 이야기이면 무난하다. 아이는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을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만 4세 이하의 아이들은 동화와 현실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