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1장

갖고 싶어도 못 갖는게 있어

최고선수 2019. 6. 13. 09:59

    오은영의 '토닥토닥'

              "갖고 싶어도 못 갖는 게 있어"

                체념 가르칠 땐 혼내지 마세요

 

                                                                조선일보 2019년 6월 13일 목요일 A31


 

   "에이, 이거 없어서 맞출 수가 없잖아." 한 아이가 조립 블록 더미를 헤집으며 짜증을 냈다. 병원 놀이실은 여러 아이들이 놀다 보니 작은 블록 조각들이 없어지곤 한다. 아이가 찾고 있는 조각은 사람 모형의 머리 부분이었다.

  내가 "이것만 따로 안 파니?" 하자 아이가 버럭 화내며 "안 판다고요! 다시 새로 사다 놓으세요" 했다. 내가 아이에게 "다른 조각은 있어?" 하자 아이는 "있긴 있는데, 이건 팔이 없네" 했다.

  나는 아이에게 "어쩔 수 없지, 다른 것이 많으니까 있는 것을 어떻게든 가지고 놀아야지. 그거 하나 때문에 또 살 수 는 없는 거니까" 라고 말해줬다. 아이는 체념한 듯 제 짝이 아닌 머리와 몸통을 끼웠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렇게 편안하게 말해주면 한숨 한 번 쉬고는 넘어간다.

  집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집 어딘가에 있을거야"하고 함께 집 안을 찾아봐주기는 해야 한다. 그래도 없다면 "할 수 없지. 있는 것 가지고 놀아야지"하고 체념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체념은 포기가 아니다. '원하는 것이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배우는 것이다. 체념을 해야 그 상태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야 그 다음의 발전이 있다.

  주의할 것은 이때, 부모가 아이 탓을 하며 짜증을 내거나 혼내지 않는 것이다. 장난감 정리나  아이의 다른 문제 행동은 다음에 가르쳐도 된다. 오늘 체념을 가르치기로 했다면 없어진 장난감을 찾아보고, 체념하고, 그 상태에 만족하며 즐겁게 노는 것만 편안하게 가르치면 된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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