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1.01 월 A23
하정훈의 '삐뽀삐뽀'
생후 6주부터 수면 교육
젖물려 재우지 마세요
아기 키우는 것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이유 중 단연 1번은 아기 수면 문제다. 아기가 잠을 잘 못 자면 아기만 아니라 부모도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소아과 의사로서 잠에 대한 팁을 알려 드린다. 잠을 자는 것은 본능이지만 가르쳐야 하는 항목이다. 교육은 신생아 때부터 시작한다. 일단 생후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엄마와 아기가 24시간 밤이나 낮이나 같이 지내는 게 좋다. 아기가 배고파 하면 바로 먹이고, 졸리면 재워서 타고난 본능을 잘 맞춰줘야 한다. 그러다 아기가 이르면 생후 6주부터 밤과 낮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이제 슬슬 수면 교육을 할 시기가 된다.
그럼 잠은 이렇게 잔다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우선 매일 저녁 7~8시에 재우는데 늦어도 9시 전에는 재우는 것이 좋다. 안아 재우거나 젖물려 재우지 말고 누여서 등 댄 자세로 재운다. 수유 후에 옷 갈아 입히고 이야기 들려주고 잘 자라고 하고 불 끄고 재우는 등 매일 같은 방식으로 재운다. 이를 수면 의식이라고 한다. 잠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늦어도 4개월 안에는 이런 수면 패턴이 자리 잡아야 한다.
2개월이 지나면 세상 모르고 자던 아기들도 어른처럼 밤새 몇 번 정도 깊은 잠, 얕은 잠의 수면 리듬을 반복하면서 얕은 잠 단계에서 반쯤 깨어서 칭얼거리게 된다. 이때 반응을 하지 않고 스스로 다시 깊은 잠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한다. 이 때 부모가 민감하게 반응하면 안 된다. 아기가 깼다가 부모 품에 안기면 쉽게 다시 잠들겠지만 그것은 당장은 편해도 점점 더 크게 반응해주기를 아기는 원하게 된다. 나중에는 깰 때마다 안아주고 먹여줘야 한다. 그러니 수면 의식 교육을 계속해야 한다. 6개월 지나 수면 교육을 하려고 해도 엄청나게 힘들다. 아가 낳아 키우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적시에 수면 교육을 못 한 탓도 있다.
아기들에게 수면은 습관이고 문화다. 수면 교육, 확신을 갖고 태연히 당연하게 밀어붙이면 어느 날 아기가 아침까지 푹 자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어른들 수면도 좋은 습관 가지기 아닐까 싶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삐뽀삐뽀 119'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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